원소기호 Al, 원자번호 13번. 알루미늄은 은백색으로 가벼운 금속이다. 지각 구성 원소 가운데 철보다도 많기 때문에 금속 원소 중에서는 가장 흔한 원소이며 규소와 함께 많은 광물의 골격을 이루고 있다. 알루미늄 자체는 금속 중에서도 상당히 무른 편이며, 재료공학에서 알루미늄의 가장 큰 가치는 가벼움이고, 소비자 가전 등의 분야에서는 가벼움만큼 외관도 높게 평가된다. 이름은 백반(白礬)을 뜻하는 라틴어 alumen에서 유래하였다. Aluminium은 영국식, Aluminum은 미국식 표기로 특이하게 두 이름이 모두 통용된다. 험프리 데이비가 맨 처음 작명할 땐 Aluminum이었으나 후에 -ium(원소를 뜻하는 라틴어미)로 통일되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분명 알루미늄 원소는 철보다 흔하고 주변에 흔해빠진 광물에 많이 들어있으나, 알루미늄을 광석에서 분리하는 비용이 비싸서 가격은 철보다 몇 배나 더 비싸다. 즉, 훨씬 희귀한 구리와 가격이 비슷할 정도다. 보통 알루미늄은 수산화알루미늄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보크사이트라는 암석에서 산화된 알루미늄을 제련해서 만드는데, 이때 산화된 알루미늄은 녹이기도 어렵다. 불에 녹이는 정도로는 산소가 떨어지지 않고, 산화서열이 높아 알루미늄을 환원시킬 만한 물질도 거의 없거나 있어도 알루미늄보다 비싸기 때문에 원석에서 순수한 알루미늄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과거의 기술로는 정련하는 데만 엄청난 비용이 소모되었으며 찰흙 속의 은이라는 이명까지 있을 정도로 매우 귀한 몸 취급을 받았다. 색상이 비슷해서 그렇게 불렸을 뿐, 사실 은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었고 금보다도 더 비쌌다. 고대 로마시대 때 한 번 만들어진 적이 있었는데, 당대의 황제인 티베리우스가 화폐에 사용되는 금의 가치가 폭락할 것을 우려해 그 알루미늄을 만든 장인을 처형했다는 야사까지 전해질 정도다. 영국과 프랑스는 국제박람회마다 동상들의 창끝 등에 알루미늄박을 씌워 국력을 과시했다. 특히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는 알루미늄 사랑으로 유명했는데, 왕관과 식기 그리고 심지어 아기용 딸랑이까지를 금이나 은 대신 알루미늄으로 썼을 정도라고 한다. 손님들이 오면 손님들에게는 은으로 된 식기세트를 사용하게 했고 자신은 알루미늄 식기세트를 사용했다.
19세기말에서야 빙정석(Na3 AlF6, 을 이용한 전기분해법이 개발되었으나 그래도 철보다는 정련이 어려워서 철보다 고가의 원자재이다. 게다가 쉽게 추측할 수 있겠지만 알루미늄 생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력비용이며, 알루미늄 공급단가는 인근에서 얼마나 값싼 전력을 얻을 수 있는지의 여부에 달려있다. 미국은 과거 수력전력이 비교적 풍부했으므로 알루미늄을 값싸게 얻을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특유의 화산지형을 이용한 지열발전소를 잔뜩 세우고 알루미늄을 정제하고 있다. 분리수거된 알루미늄캔을 단순하게 열로 녹여서 알루미늄을 얻는 것이, 알루미늄광석을 전기분해하는 것보다 1/20 가까이 적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알루미늄의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준 전기분해 제련법은 1886년 미국의 화학자 찰스 마틴 홀과 프랑스의 화학자 폴 루이투생 에루가 각각 발견했다. 대륙 단위로 떨어져 있어 만나기는커녕 그때까지는 서로가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두 사람이 우연히 거의 동시에 따로따로 발견하게 된 것인데, 이들의 발견으로 정립된 이 공법에는 홀-에루 공법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현재도 알루미늄 제련에 사용되는 공법이다. 홀이 오블린 대학교에 다닐 때 광물학 관련 교수인 프랭프 패닝 주이트에게 알루미늄 이야기와 이걸 대량생산으로 만들도록 발명하면 엄청난 부와 명예를 누릴 것이라는 말을 듣고 이것에 대하여 공부해 젊은 23살 나이로 해낸 거였다. 자기 집 창고에서 연구시설을 대충 만들어 온갖 실험하면서 결국 성공한 그는 1886년 2월 23일에 주이트 교수에게 냉큼 달려가서 이걸 해냈다고 홀이 밝히자 교수는 대단하다고 칭찬하며 이걸 곧 전 미국 세계에 알리면서 공개했다. 같은 해, 7월 9일에 특허를 내고 엄청난 투자를 받아낸 홀은 1888년에 알코아라는 알루미늄 제조 업체를 세웠는데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업체는 미국 1위를 굳세게 지켜내고 있고 세계 5위 알루미늄 제조 회사다. 그런데 홀이 기뻐하며 세계로 알릴 때, 유럽에서 똑같은 방법으로 이미 성공한 사람이 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다. 게다가 에루는 홀보다 먼저 1월에 이걸 발견하여 주변에 알렸고 당연히 프랑스에서도 난리가 나서 이걸 공개한 다음이었다. 미국은 홀이 주장한 대로 형에게 보낸 우편에 쓰인 날짜를 증거로 더 빠르다고 그에게 특허를 내줬지만 프랑스에서 반발하여 유럽 각지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결국 법적 분쟁을 중재한 끝에 서로가 발견했으며 서로 베낀 것도 어떠한 정보도 없이 서로가 독자적으로 성공시킨 걸 인정받아 홀은 미국에서 특허를 인정받고, 에루는 유럽에서 특허를 인정받았다. 그러면 아프리카, 아시아나 중남미, 오세아니아에서 특허권에 관한 논쟁이 벌어졌다. 양측은 서로 자신이 먼저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이것도 중재받아 중남미는 홀이, 나머지는 에루가 특허권을 가지기로 합의한다. 이렇게 정련법이 개발된 지 24년 후인 1910년 무렵에는 알루미늄은 주석 포일을 알루미늄 포일로 대체할 정도까지 전락하고 만다. 1880년만 해도 알루미늄은 kg당 100달러가 넘었으나 이 둘의 발견으로 1888년에는 2달러 선으로 떨어졌고 1914년 이 둘이 죽었을 때는 kg당 17센트 정도로 헐값이 되어버렸다.
홀은 이 특허로 큰 부자가 되었으나 검소하게 살아갔고 결혼도 하지 않고 독신으로 살다가 죽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여러 광물 연구를 해서 22개나 되는 특허를 얻었으며 많은 재산도 사회 재단에 가족에게 남긴 일부를 빼고 많은 돈을 기부했다. 홀이 재산을 물려준 가족에 누나가 있었는데 홀은 알루미늄 제조 실험을 할 때, 누나가 도움을 줬다고 밝혔기에 이 재산 일부라도 누나가 정당하게 보상으로 받는 게 당연하다고 유언장을 썼다. 홀은 살아생전에 엄청난 존경을 받았으며 그가 다닌 오블린 대학교에 동상까지 세워지고 온갖 훈장을 받았다. 에루도 큰 부자가 되었고 이후에도 똑같이 여러 연구에 참여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매장량이 철보다 많은 알루미늄에 대해 살펴보았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알루미늄이 가지고 있는 특성과 용도 매장량 및 가격 추이 등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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